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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불쏘시개

학교 공대건물에 앉아 공부하다가 창 밖에서 들어오는 햇살을 좋아한다. 그 햇살 속에는 각자의 일정이 있는 사람들이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오전에 오면 학생들이 특히 많은데, 질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암묵적 질서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은근 재미지다. 
 
수업이 끝나고 공대 1층에서 한창 공부를 하다가 해가 떨어질 쯤에 집에 간다. 나서는 타이밍에 따라 다양한 색감의 캠퍼스를 볼 수 있다. 노을이 지는 순간에 맞춰 나온 날에는 빨강, 노랑, 파랑이 한데 뒤섞인 캠퍼스를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분홍빛 하늘과 호수를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여유롭게 깃털을 고르는 오리는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해가 다 떨어지고 나오면서 보는 풍경은 더 좋다. 학생들이 다 빠진 캠퍼스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드러낸다. 정문 쪽으로 보이는 높은 건물은 호수에 비춰져서 왜인지 모를 황홀경을 선사한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 번 씩 멈춰서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를 뿌듯함이 느껴진다.
 
도서관 앞에서 보이는 풍경도 좋아하는데, 가까운 곳에 번화가가 있어, 도서관 앞에 있으면 희미하게 소음이 들려온다. 밖은 시끄러운데 나는 널찍하고 한적한 곳에서 빛나는 높은 건물을 바라볼 때면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련함이 몰려온다. 그럴 때면 나는 항상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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